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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운 숲 35] 125km 늘어선 감나무 가로수, 주인 누구? - 충북 영동 감나무 거리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한국의 아름다운 숲

by 생명의숲 2013. 11. 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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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운 숲


125km 늘어선 감나무 가로수, 주인은 누구?

[한국의 아름다운 숲 35] 충북 영동 감나무 거리

오마이뉴스 김현자(ana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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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동 감나무 거리(2013.11.3)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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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동 감나무거리의 가을(201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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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전북 김제는 유명한 감 생산지가 아니기 때문에 한 밭 가득 감나무를 심은 모습은 거의 볼 수 없다. 그보다는 마당 한쪽이나 담장 근처, 혹은 밭에 몇 그루씩 심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집에도 감나무가 있었다. 우리에게 무엇이든 한 가지라도 더 먹이고 싶었던 아버지가 사다 심은 나무였다. 때문인지 고향을 떠나 살게 되면서 계절이 바뀔 때면 감나무가 생각나고, 감나무가 보이면 고향과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그리워지곤 했다. 

해마다 가을이 시작될 무렵 매스컴에선 가볼 만한 곳들을 소개하곤 한다. 충북 영동 감나무 거리도 '가을의 낭만과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는 곳' 혹은 '가을에 가볼 만한 곳'으로 종종 소개되는 곳이다.

어머니와 고향이 몹시 그립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감나무로부터 위로받은 이후, '감나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가 됐다. 영동 감나무 거리도 마찬가지. 몇 년째 염두에 두기만 했다가 올 가을(10월 3일과 11월 3일), 두 번에 걸쳐 영동 감나무 거리를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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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동 감나무 거리 단풍(201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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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동 감나무 거리의 단풍.(201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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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km, 1만 5천여 그루의 감나무가 가로수를 수놓다

그냥 무심코 지나치면 '그게 그것'일 정도로 길가의 가로수들은 단조로워 보인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면 지역마다, 그리고 거리마다 심어진 나무들이 저마다 다르다.

내 고향 길가에는 새마을운동 때 심은 포플러와 플라타너스가 많았다. '메타세쿼이아 길'로 유명한 담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로수들은  메타세쿼이아, 최근 담양군청에서는 담양을 상징하는 대나무를 도로 곳곳에 심고 있다. 대추로 유명한 보은은 대추나무를 가로수로 심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벚나무, 쥐똥나무 등은 오래전부터 가로수로 많이 심어온 나무들이다. 최근에는 이팝나무와 조팝나무, 작살나무를 심은 거리도 많이 보인다. 이처럼 대체적으로 많이 심는 나무들 대신 영동군은 감나무를 심은 것이다. 그것도 무려 125km에 1만 5천여 그루의 감나무들을.

영동군이 감나무를 가로수로 심은 것은 대략 40년 전. 영동에 사는 지인은 "오늘날 영동의 주요 특산품은 포도지만 감나무를 심을 당시엔 감과 곶감이 많이 생산되는 고장이었다"며 "영동군을 상징하는 나무는 감나무다. 이런 것들을 알리고자 심은 것"이라고 알려줬다.

"며칠 더 있다가 왔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어. (10월) 23일이 상강(일 년 중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날)이잖아. 이제 막 감이 익기 시작해 별로지만, 상강 지나고 서리에 이파리들이 떨어지고 감만 남으면 정말 운치 있거든. 이십일 지나 다시 한 번 놀러와 봐. 지금보다 훨씬 멋있을 거야."

"한 낭구(나무)서 2접(기자 주:1접은 100개)도 따고 3접도 따고 대중없어. 그런데 많이 따는 사람들은 7~8접까지 땄다는 말도 해. 같이 심었어도 눈에 띄게 잘 자라는 나무들이 있거든."

"하루에도 몇 번이고 쓸어야하니 좀 귀찮기도 하지. 그런데 다른 나무도 마찬가지잖아. 그래도 감나무가 훨씬 운치 있지. 게다가 해마다 감도 주잖아. 그러니 귀찮아하면 안 되지. 그런데 올해는 냉해 때문에 다른 해보다 감이 적게 열려서 좀 아쉬워. 아마 한 접이나 나올까 몰라."

영동 감나무거리에 간 첫날, 아마도 60세는 넘어 보이는 아저씨 세 분에게 감나무 거리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물으니, 이처럼 한마디씩 했다. 한 아저씨의 '상강 지나면 훨씬 운치가 있다'는 말에 이왕이면 제대로 된 감나무의 모습을 느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 뒤로 마음이 뒤숭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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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특산물인 포도와 감 모형이 있는 영동역.(201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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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을 본떠 만든 버스정류장(201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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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영동 감나무 거리를 다시 찾은 것은 11월 3일. 첫날처럼 영동의 감나무거리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는 것처럼 물으니 "지난주에 감을 모두 땄는데…"라며 아쉬워하는 눈치들이다. 

파출소를 제외하곤 감을 모두 따버린 상태라 까치밥으로 남긴 몇 개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유독 멋있다"는 감나무 단풍을 맘껏 느낄 수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때까지 단풍에 취해 감나무가 심어진 영동군 거리 곳곳을 발정 난 암캐처럼 쏘다녔다. 

가로숫길에 심어진 감나무의 감은 누가 딸까. 보통 가게 앞 감나무는 상가 주인이 관리하도록 돼 있단다. 그런데 마을 정서상 아무 때나 딸 수 없다. 보통 10월 말에서 11월 초, '감따기 행사'가 열리는데 이때 딸 수 있다. 올해는 10월 21일 감따기 행사가 열렸다.

어떤 사람에 의하면 예전에는 감을 따지 않고 겨울을 나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으며, 감잎이 먼저 떨어진 후 감을 따는 경우도 많았단다. 그러나 올해는 영동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감이 흉작인 편인 데다가 겨울이 빨리 온다는 예보 때문인지 다른 해에 비해 빠르게 감을 수확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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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동 감나무 거리의 10월 초(201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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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동 감나무 거리에서(201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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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받은 감나무거리, 알릴 길 없나

생명의숲과 산림청은 2000년부터 해마다 아름답고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숲을 선정해 수상을 한다. 영동 감나무거리는 제1회(2000년) 거리 숲 부문 대상을 탔다. 

영동사람들은 대부분 감나무 거리에 대해 물으면 친절하게 이야기해 준다. 올해 냉해 때문에 감이 많이 열리지 않았다며 미안해하는 이들도 있다. 사실 나에게 미안할 까닭이 없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두 번에 걸쳐 영동 감나무거리를 가 보고 느낀 것은 감나무에 대한 그들의 주인의식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거리가 '아름다운 숲' 상을 탔다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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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나무 잎 단풍(201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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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봉천에서 다슬기(올갱이)를 잡고 있다(201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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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동 삼봉천.(201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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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에는 삼봉천이 흐른다. 삼봉천 주변에도 감나무가 줄지어 심어져 있다. 한참을 걸었다. 개천가를 걷다가 다슬기를 잡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섭섭하지 않을 정도"는 잡힌단다.

금강의 한줄기라는 삼봉천에서 잡은 다슬기에 부추를 넣어 끓인 올갱이(다슬기)해장국은 오래전부터 영동 사람들이 즐겨 먹고 있는, 영동에 가면 반드시 먹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영동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다. 

영동읍내에는 4일과 9일에 오일장이 선다. 오랫동안 곶감장사를 했다는 어떤 사람에 의하면 영동에선 여전히 많은 감이 사람들 사이에 거래된다. 단감을 홍시로 만들어 먹을 예정이라면 영동 오일장 일정에 맞춰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11월 초, 영동군은 감나무 단풍으로 붉다. 아직 가을을 맘껏 느끼지 못했다면 영동의 감나무거리에 가보라 권하고 싶다. 얼마 전 설악산 단풍구경을 갔다 온 사람이 "단풍놀이 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 등짝과 엉덩이만 보고 왔다"고 말해 웃었었다. 영동 감나무 거리는 사람에게 시달리지 않고 가을을 맘껏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영동읍 인근에 노근리 평화공원, 영동 매천리 미선나무 자생지, 난계국악당 등도 있으니  함께 가보면 좋을 듯. 참고로 서울에서 영동역까지 새마을호 기준 2시간 20분, 무궁화호로는 2시간 40분이 걸린다. 

'효율적인 안내문 설치',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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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를 향해 도로쪽 인도 끝에 세운 안내문이 아쉽다(201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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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숲' 수상과 함께 이를 알리는 일종의 안내문이 해당 지역에 세워진다. 상을 탈 정도로 가치가 있는 숲의 존재를 많이 알리고 함께 가꾸고 보호하자는 취지에서다. 여하간 숲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상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쩌다 한 둘 아름다운 숲 상을 탔음을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 안내문이 어디에 세워져 있는지 아는 사람도 거의 없어 아쉬웠다.

그런데 묻고 또 물어, 어렵게 만난 안내문을 보는 순간 어쩌면 영동 사람들이 감나무 거리가 상을 탔다는 사실과 안내문이 서 있는 곳을 모르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영동의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로터리 터미널 인근에 세워져 있었으나 보행자가 아닌 달리는 차들(?)이나 겨우 볼 수 있도록 한쪽만 글씨를 새겨 넣은 안내문이 도로를 향해 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행자들은 어떤 안내문인지 읽기 어려워 보인다. 아니 안내문의 성격조차 짐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우연인지는 모르나 영동 감나무 거리를 찾은 두 번 다 그 안내문 앞에는 RV형 차량이 주차 돼 있었다.


※ 충북 영동 감나무 거리는 제1회 아름다운숲전국대회 거리숲 부문 생명상(대상) 수상지입니다. 



<오마이뉴스>와 <(사)생명의숲국민운동>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탐방에 나섭니다. 풍요로운 자연이 샘솟는 천년의 숲(오대산 국립공원), 한 여인의 마음이 담긴 여인의 숲(경북 포항), 조선시대 풍류가 담긴 명옥헌원림(전남 담양) 등 이름 또한 아름다운 숲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땅 곳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숲이 지금, 당신 곁으로 갑니다. [편집자말] 



생명의숲이 더하는 사진 _ 2000년 감나무 거리는?







소재지 : 충청북도 영동군 감나무거리 (특히 영동읍 매천리 용두공원∼영동군민운동장 도로변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고 그 숲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여 숲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대회로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주), 산림청이 함께 주최합니다 
생명의숲 홈페이지 : beautiful.forest.or.kr 



<오마이뉴스>와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이 함께 만드는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기사는 생명의숲과 오마이뉴스, 기자님이 저작권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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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숲은 자연과 하나되는 풍요로운 농산촌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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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킴벌리(대표이사 사장 최규복 / 崔圭復)는 1970년 3월 30일 유한양행과 킴벌리클라크의 합작회사로 설립되어 우리나라 최초로 생리대, 미용티슈, 위생기저귀 등 좋은 품질의 제품들을 대량 생산, 공급하고, 지속적 제품혁신을 통해 국민 생활위생문화 발전에 기여하며 사랑받아 왔습니다. 1984년부터 사회공헌활동으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통해 숲 환경 보호 및 미래세대 환경리더 양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으며, 우리강산푸르게푸르게 30년이 되는 2014년까지 5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어 나갈 계획입니다.

www.yuhan-kimber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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