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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운 숲 36] 이 마을엔 '무병장수' 열매가 있다 - 경남 하동 직전마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한국의 아름다운 숲

by 생명의숲 2013. 11. 1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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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운 숲


이 마을엔 '무병장수' 열매가 있다

[한국의 아름다운 숲 36] 경남 하동 직전마을

오마이뉴스 신원경(dnjsrudtdls)

"미쳤어, 정말."

집 앞 목련을 바라보며 박완서 소설가가 했던 말이다. 박 작가는 당시 한국전쟁을 겪으며 피난생활에 힘들어 하고 있었다. 어두운 시기에 하얗게 핀 목련을 본 순간 뱉은 "미쳤어, 정말"은 목련의 아름다움을 상상하게 한다. 은희경 소설가는 목련을 "정액이 묻은 휴지 같다"고 말했다. 박용하 시인은 목련 잎이 바닥에 떨어져 누렇게 바란 것을 보고 "카스텔라 빵껍질"이라고 했다.

경남 하동 북천 직전마을에도 목련나무 한그루가 있다. 아주 크다. 기자가 지금껏 본 목련나무 중 가장 크고, 높게 솟아있는 목련이었다. 그 나무를 보면서 기자는 앞의 작가의 말들을 되뇌었다. 그리고 하얗게 핀 목련을 상상했다. 기자가 직전마을을 찾은 지난 3일에는 목련 잎이 다 떨어지고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목련 바로 옆에 피어있는 하얀 차꽃으로 위안을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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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전마을의 목련나무.
ⓒ 신원경

하동 직전마을 숲은 2001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아름다운 마을숲'으로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아주 작은 숲이었지만 마을과 분리되어 있지 않은, 말 그대로 마을과 하나를 이루고 있는 숲이었다.

북천역으로 향하는 길

광주에서 하동으로 가는 길은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 버스와 기차를 번갈아 타는 재미가 있다. 한 번에 가는 기차가 있긴 하지만 하루에 1대 꼴이다. 때문에 기차를 놓치면 전남 순천이나 광양에서 한 번 갈아타야 한다. 하동 직전마을을 가기로 한 날 아침 기차를 놓쳤다. 결국 광양까지 버스를 타고, 다시 광양에서 기차를 타고 북천역까지 갔다.

북천은 코스모스로 유명하다.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시기에, 양보역에서 북천역으로 달리는 기차 창밖으로 '코스모스 밭'을 감상할 수 있다. 기자가 찾은 이날에는 코스모스가 모두 지고 없어 아쉽게도 볼 수 없었지만 말이다. 

북천역에 내리니 코스모스 그림으로 한껏 멋을 낸 역 건물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아기자기한 북천역의 풍경은 조용하고, 향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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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천역의 모습.
ⓒ 신원경

이병주 문학관에서 귀인을 만나다

역에서 일하는 아저씨께 "여기서 직전마을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해요?"라고 물었다. 아저씨는 "직전마을? 여기가 다 직전마을(실제 그 근방이 모두 직전마을은 아니었다)"이라며 "이 근방에서 볼 만한 것은 이뱅주(이병주) 문학관"이라고 소개했다.

이병주 문학관을 향해 걸었다. 걷는데 오른편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보였다. 북천초등학교, 북천중학교였다. 방향을 약간 틀어 학교로 향했다. 교문을 통과했다. 통과하니 보이는 것은 '운동장은 교실입니다'라는 문구였다. 학교를 방문하는 차량이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해 놓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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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천중학교 교문에 들어서면 '운동장은 교실입니다'라는 문구가 세워져 있다.
ⓒ 신원경

운동장 바깥에 있는 벤치에 누워 잠시 쉬었다. 역시 조용하고 향긋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이병주 문학관을 찾았다. 산골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도로의 소음과는 멀어졌다. 꽤나 조용했기 때문에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눈에 더 잘 들어왔다. 40분정도 걸었을까, 이병주 문학관에 다다랐을 때 주변의 경치는 내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이 곳은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가 주관한 2012년 '경관 우수 마을 대회'에서 전국 최우수 마을로 선정된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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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을 걷나가 나무 사이로 걸려있는 빨래줄을 봤다.
ⓒ 신원경

이병주 문학관에서 그의 문학생애를 소개한 전시물을 관람했다. 이날 이병주 문학관을 찾은 사람은 기자뿐만 아니었다. 전라도 소재 대학의 문예창작학과 교직원들이 문학관을 방문했다. 기자는 이들과 함께 영상감상실에서 이병주 문학과 생애를 정리한 영상을 감상했다.  

문학관을 살펴보고 밖으로 나왔다. 문학관 마당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직전마을을 다시 검색했다. 그리고 이곳은 직전마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병주 문학관은 직전마을 바로 옆에 있는 이명마을이었다. 최증수 문학관 관장님께 "직전마을은 여기서 멀어요?"라고 물었다. 관장님은 친절하게 "여기서 차타고 조금 더 가면 된다"며 "태워다 줄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무환자 나무 열매 엮어 '무병장수'?

관장님이 소개해 준 사람은 올해 '소월시문학상'에 선정된 유홍준(50) 시인이었다. 유 시인은 이병주 문학관의 사무국장으로 있었다. 유 시인의 차를 타고 직전마을로 갔다. 유 시인의 차는 2인승이라, 나와 함께 직전마을행에 동참한 후배가 차 짐칸에 앉아 이동했다. 

직전마을 숲은 정말 작은 숲이었다. 또한 숲은 마을의 일부였다. 유 시인은 "큰 숲은 아니지만 마을과 함께 숨 쉬는 숲이기 때문에 우수 숲으로 지정되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명산에서 내려오는 깨끗한 물은 직전마을의 자랑이다. 고인 물 일부를 직전마을은 최근 연못화 하고 있다. 정부의 '농촌 살리기' 공사의 일환이다. 북천면을 공사하는 데 70억의 예산이 배정됐다고 한다. 유 시인은 "돈으로 마을을 가꾼다는 게 과연 좋은 일일지 의문"이라며 걱정했다.

유 시인의 안내로 마을 곳곳에 있는 신기한 나무들을 둘러봤다. 먼저, 무환자나무. 무환자나무에는 동그란 열매가 열리는데, 그 열매로 염주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유 시인은 "무환자나무의 열매를 엮은 팔찌를 팔에 걸고 다니면 무병장수한다"며 기자에게도 떨어진 열매를 주우라고 재촉했다. 유 시인이 열심히 무환자나무 열매를 줍기에 물었다. 

"누구 주시게요?"
"여자 꼬실라꼬."(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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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세미가 걸려있다.
ⓒ 신원경

강성 문씨 재실도 지나쳤다. 이 마을은 문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살던 마을이라고 한다. 박태기나무, 엄나무, 회화나무, 은행나무, 가시나무, 서어나무를 지나쳐 수세미가 크게 열려있는 집과 마주했다. 대문 옆으로 난 샛길을 이용해 집으로 들어갔다.

독립운동가 문영빈 선생 집에 가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문영빈 선생의 사가였다. 문 선생은 하동 직전마을 출신이다. 문 선생의 집에서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문 선생의 며느리 박춘자 할머니(86)다. 

할머니가 사과를 깎아 내주었다. 우리는 마루에 둘러 앉아 한동안 이야기했다. 직전마을 이야기, 할머니 고등학교 시절 이야기, 문학 이야기, 문학가들의 여성편력 기질(?) 등 주제는 다양했다. 마을 앞으로 기차가 다니는 데, 기차가 도착한다는 종소리와 기차가 덜커덩 덜커덩 지나가는 소리도 함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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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영빈 선생의 사가에서 박춘자 할머니, 유홍준 시인과 이야기 나눴다.
ⓒ 신원경

"직전마을의 직전은 피직(稷)에 밭전(田)으로 '피밭'을 말한다. 벼 사이에 나는 식량의 일종인 피가 마을에 널려있어 예부터 직전마을 사람들은 굶어죽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 다시 유 시인의 차를 탔다. 이번 짐칸은 내 차지였다. 짐칸에는 다양한 것들이 혼재되어 있었다. 그 중 눈에 띄었던 것은 바로 나무 작대기 두 개였다. 유 시인은 "번개 맞은 감태나무"라고 했다. 

동화 속 도사들이 짚던 바로 그 지팡이라고 말했다. "이것을 왜 가지고 다니냐"고 물으니 "이 지팡이를 짚으면 무병장수할 수 있다"고 답했다. 유 시인과 함께 다니면서 기자는 그의 꿈을 알았다. 그의 꿈은 바로 무병장수다.

날이 조금씩 어둑어둑 해졌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우리에게 관장님과 유 시인은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내주었다. 꿀빵, 고구마, 김밥, 유부초밥, 깍두기, 그리고 맥주. 정말 맛있었다. 잊지 못할 맛이었다. 

하동 북천은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조용하고, 향긋한 마을. 특히 직전마을은 어릴 적 그려보던 마을의 모습과 비슷했다. 다음에는 꼭 더 길게 이 마을에 머무르겠다고 생각했다. 하동역까지 관장님 차를 얻어 탔다. 하동역에서 순천으로, 순천에서 다시 광주로 돌아왔다. 좋은 사람, 좋은 마을, 좋은 숲을 만난 좋은 여행이었다. 


경남 하동 직전마을은 제2회 아름다운숲전국대회 마을숲 부문 공존상 수상지입니다. 



<오마이뉴스>와 <(사)생명의숲국민운동>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탐방에 나섭니다. 풍요로운 자연이 샘솟는 천년의 숲(오대산 국립공원), 한 여인의 마음이 담긴 여인의 숲(경북 포항), 조선시대 풍류가 담긴 명옥헌원림(전남 담양) 등 이름 또한 아름다운 숲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땅 곳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숲이 지금, 당신 곁으로 갑니다. [편집자말] 



생명의숲이 더하는 이야기 _ 2000년 직전마을 사진




직전마을은 쌀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전형적인 농촌으로 500여 년 전에 자연적으로 생성된 소나무림을 지금까지 가꾸고 있는 곳이다. 집집마다 유실수, 약용수, 관상수 등을 계속적으로 심어오고 있으며 멀리서 보면 마을 전체가 숲을 이루어 마치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한다. 



직전마을 주민들이 나무를 많이 심어온 사연은 마을 앞으로 지나는 국도 2호선과 마을 중간을 가로지르는 경전선 철도가 지남에 따라 자동차와 철도의 소음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실제로 마을 주민 스스로가 나무를 많이 심게 된 이후로 차량소음을 들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뿐 만 아니라 직전마을 뒤 안골에서 흘러내리는 직전천의 깨끗한 상류수는 아름드리 소나무림을 관통하면서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물고기들을 불러 모으게 했다고 전해진다.



소재지 : 경남 하동군 북천면 직전리 직전마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고 그 숲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여 숲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대회로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주), 산림청이 함께 주최합니다 
생명의숲 홈페이지 : beautiful.forest.or.kr 



<오마이뉴스>와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이 함께 만드는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기사는 생명의숲과 오마이뉴스, 기자님이 저작권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생명의숲은 사람과 숲이 건강하게 공존하는 숲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시민과 함께 숲을 가꾸고 보전하는 환경단체(NGO) 입니다. 다음세대를 위한 초록 땅, 지구를 물려주고자 합니다.


생명의숲은 자연과 하나되는 풍요로운 농산촌을 꿈꿉니다.

생명의숲은 시민과 함께 돌보고 가꾸는 도시숲, 도시공동체를 꿈꿉니다.

생명의숲은 생태적으로 건강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꿉니다.


문의 : 생명의숲 02-735-3232 | forestfl@chol.com | http://www.forest.or.kr


생활혁신기업 - 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대표이사 사장 최규복 / 崔圭復)는 1970년 3월 30일 유한양행과 킴벌리클라크의 합작회사로 설립되어 우리나라 최초로 생리대, 미용티슈, 위생기저귀 등 좋은 품질의 제품들을 대량 생산, 공급하고, 지속적 제품혁신을 통해 국민 생활위생문화 발전에 기여하며 사랑받아 왔습니다. 1984년부터 사회공헌활동으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통해 숲 환경 보호 및 미래세대 환경리더 양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으며, 우리강산푸르게푸르게 30년이 되는 2014년까지 5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어 나갈 계획입니다.

www.yuhan-kimber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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