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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운 숲 41] 재난을 막은 소나무숲, 여전히 장관입니다 - 경남 사천 대곡리 마을숲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한국의 아름다운 숲

by 생명의숲 2013. 12. 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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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운 숲


재난을 막은 소나무숲, 여전히 장관입니다

[한국의 아름다운 숲 41] 경남 사천시 사천읍 정동면 대곡리 마을숲

오마이뉴스 김종성(sunny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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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과 학교를 감싸듯 둘러 서있는 사천시 정동면 대곡리 소나무 숲.
ⓒ 김종성

옛부터 마을에 자리한 소나무 숲은 대부분 방풍림이나 수구막이 숲(홍수로부터 마을을 보호할 목적으로 물길 등을 막기 위해 조성한 숲)으로 조성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마을 숲 가운데 경남 사천시 사천읍 정동면의 대곡리 소나무 숲은 드물게도 풍수지리설에 근거해 생겨난 숲이다. 이렇게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마을 숲을 비보림(裨補林, 풍수상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숲)이라고 한다. 

마을의 지세가 곡식을 까불러 고르는 그릇인 키 형상이다. 마을 배후의 깊숙한 골짜기를 타고 내린 시냇물이 마을 한가운데를 지나 바깥으로 흘러감에 따라 골안의 복된 기운이 소하천으로 흘러 빠져 나간다고 믿어왔다. 이에 주민들이 약 200년 전 소나무를 심기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아름답게 가꾸고 있다. 그러한 점을 인정받아 '제3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나무 아래서 뛰노는 아이들과 웃음 많은 할머니가 사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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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맛의 감이 많이 나는 정동면 대곡리 마을.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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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숲 안내판 앞에서 만난 정동 초등학교 개구장이들.
ⓒ 김종성

경남 사천읍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바로 앞에 있는 정류장에서 차를 탔다. 십여 분을 달려 대곡리 마을이 있는 정동면사무소 앞에 내렸다. 마을 숲의 들머리가 있는 정동면사무소 정문 앞에 붉은색 혹은 황토 빛을 띤 멋지게 구부러진 노송이 정중하고 의젓하게 여행자를 맞이한다. 마을에 와서 처음 만난 나무부터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내뿜는다. 

한 눈에 봐도 면사무소가 생기기 오래 전부터 산 소나무다. 두 그루의 이 노거수 소나무가 왜 면사무소 앞에 있는지는 나중에 알았다. 마을 숲 얘기를 듣고서 건물 옆을 지나 숲으로 천천히 걸음을 내딛는데 웬 아이들 목소리가 들려온다. 소란스러움이 담긴 초등학생 아이들 특유의 목소리다. 시끄럽지 않고 반갑게 들렸다. 

아이들이 없어서 폐교되는 소읍의 작은 학교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때마침 학교 밖으로 나온 아이들에게 소나무 숲을 물어보니 서로 알려주겠다며 난리를 친다. '숲의 고장 대곡리'라고 써 있는 표지석과 함께 정동 초등학교 뒤편 키다리 아저씨 같은 소나무들이 단박에 눈길을 끈다. 단층의 주택들이 있는 아담한 시골마을에 아름드리 소나무들의 존재가 우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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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를 타고 나무 사이길로 내달리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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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곡리 마을회관 느티나무 앞에서 만난 친근했던 동네 할머니들.
ⓒ 김종성

한 아이가 태워주는 자전거를 타고 대곡리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았다. 마을 숲에서 만난 감나무 과수원을 운영하는 이장님에 의하면 대곡리(大谷里)는 큰 마을이라는 뜻의 '한실'이라 불렸다고 한다. 농사도 잘 되고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맛인 사천감과 사과 등 과일이 잘 열려 해방 전까지 천석꾼이 살았고,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산도 있단다. 

예로부터 대곡리 앞에 '감이 물처럼, 사과가 쌀밥처럼 많은 고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고 한다. 자전거를 타고 나무들 사이로 내달리는 조무래기들, 소나무에 지지 않으려는 듯 그 앞에서서 갖가지 포즈를 뽐내는 아이들,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웃음 짓는 노인들, 모두가 대곡리 마을 숲을 더 아름답게 하는 풍경이다. 사람과 자연이 한데 어울려 이루는 최고의 풍광이 아닐까 싶다. 

마을의 비보림(裨補林), 홍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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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빛 수피를 지닌 소나무 홍솔은 그 잎도 사람에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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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숲에 포근하게 자리한 정자가 과수원의 원두막처럼 정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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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거인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키다리 소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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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마을 이장님에 따르면 300여 년 전 마을이 형성되었는데, 오랫동안 호열자(콜레라) 등 각종 질병과 재난이 잇따랐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이 생기고 난 100년 쯤 지난 뒤 풍수지리설에 따라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을 숲을 만들었단다. 그 뒤부터는 꼬리를 물던 재난이 사라지고 마을이 날로 번창해 '살만한 땅' 길지가 되었다고 한다. 

숲을 이루는 소나무들이 키다리 아저씨처럼 키가 크다는 특징 외에도 나무의 껍질이 붉은 빛을 띠고 있다. 그런 내 눈빛을 눈치라도 챘다는 듯 지나가던 동네 아저씨 한 분이 저렇게 불그스름해서 '홍솔(붉을 홍, 소나무 솔)'이라고 한다고 설명한다. 

홍솔 잎은 억센 곰솔 잎과 달리 무척 부드러워서 즙을 내어 건강식 또는 약으로 복용한다고 한다. 대개의 나무가 그렇듯 대곡리 소나무들도 사람에게 여러모로 고마운 나무다. 그냥 보기엔 한가지로 보였던 소나무. 강송, 황장목, 곰솔에 이어 또 다른 소나무를 배운다.

풍수상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숲, 비보림답게 마을의 복이 빠져나간다는 개천 양옆으로 나무들이 도열해 있어 흥미롭다. 갈수기라 개천 상류에 있는 저수지에서 담수를 해 시냇물은 흐르지 않고 말랐다. 마을 어르신은 사실 이 숲이 두번째 숲이라고 귀띔해 주신다. 

처음 숲을 조성한 후 얼마 안 있어 나무들을 베어내게 되었는데 마을에 좋지 않은 일이 자꾸만 생겨 다시 나무를 심었고 이런 숲을 이루게 됐다고 한다. 소수지만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의 활엽수 나무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활엽수 나무들이 깔아놓은 낙엽과 융단 같은 풀들 덕분에 땅이 푹신푹신해 걷기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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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천을 통해 마을의 운세가 빠져 나간다는 풍수상의 단점을 막기 위해 심은 비보림 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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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 꼭대기 위에서 열심히 집을 짓고 있는 기특한 까치 한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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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굳세고 웅장한 자태가 여전하여 감탄을 자아내는 노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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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 포근하게 자리한 넉넉한 공간의 정자는 마치 풍성한 과수원의 원두막처럼 정답다. 사천시에서 지었다는 깔끔한 화장실과 몇 개의 운동기구들이 나무 사이에 들어서 있다. 현재 소나무 마을 숲은 사천시에서 관리한다. 아름다운 숲 대상 수상과 함께 전통마을 숲 복원지로 선정되어 사천시 녹지공원과에서 노거수(老巨樹)를 보살피고 후계목을 심고 있다.

고개를 최대한 위로 꺾어야 꼭대기가 보이는 아름드리 소나무들 사이로 걷다 보니 걸리버 여행기의 거인국에 들어선 기분이 든다. 그런데 머리 위에서 나뭇가지가 꺾이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어깨에 작은 나뭇가지가 툭 떨어진다. 놀란 얼굴로 나무 위를 쳐다보니, 나무 맨 꼭대기에서 다름 아닌 까치 한 마리가 얼기설기 까치집을 짓고 있다. 무척 진귀하게 느껴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참을 쳐다보았다.

소나무 특유의 용트림하듯 뻗은 줄기와 사방으로 퍼진 가지들은 역시 아름답고, 장대하고 웅장한 수형이 인상적이다. 오랜 세월 묵은 노송임에도 수피의 빛깔은 건강했고 가지들은 거침이 없었으며, 겨울에도 솔잎 색이 싱싱하기만 하다. 

숲의 넓이가 크게 줄어들어 버린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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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면사무소 앞에 서있는 오래된 노송 두 그루는 지난 과거를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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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드리 노송 나무의 밑둥에 남아있는 일제강점기하의 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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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이를 조금 걷다보면 마치 길이 끊기 듯 정동 초등학교 뒤편에서 숲길이 사라진다. 다른 마을 숲보다 숲길이 비정상적으로 짧게 느껴졌다. 아니나 다를까 현재 3593평방미터(1086평), 길이 300여미터의 마을 숲 넓이는 숲이 생겨날 당시엔 6500평방미터에 1km의 숲길이 이어졌단다. 숲길은 정동 초등학교 뒤편에서 학교를 에두르며 지금의 정동면 보건소와 면사무소까지 이어졌었다. 

하지만 일제는 숲의 형상이 승천하는 용의 모습이라는 이유로 훼손하고 1918년 면소재지와 1931년 학교를 만들었다. 때문에 숲이 크게 줄었다. 현재 정동면사무소 앞에 힘겹게 서 있는 두 그루의 노송은 당시를 증언하고 있는 듯했다. 

소나무 숲의 고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나무 사이를 지나다 보면 아름드리 나무 밑둥에 나무속까지 브이(V)자로 깊게 패인 큰 상처가 똑같이 나있는 게 보인다. 마을 이장님께 여쭤보니 놀랍게도 일제 강점기 때 송진을 얻으려고 저런 생채기를 낸 것이란다.  

1941년 미국은 자국에서 수출한 석유가 일본의 동남아 침공용 군수물자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석유수출을 금지하였다. 이에 일본은 턱없이 부족한 화석연료(석유 등)를 대체하기 위해 일본 본토는 물론 식민지였던 우리나라에서도 주민들을 동원하여 전국적으로 송진을 강제 채취했다. 

채취된 송진은 테레빈유와 로진으로 각각 정제하여 사용했단다. 테레빈유는 가솔린을 대신하여 항공기 연료 등으로 썼고 로진은 방수포, 인쇄잉크를 만드는 데 활용되었다. 소나무에서 추출한 기름인 테레빈유를 송유라고 한다. 큰 흉터를 안고서 살아가는 마을 숲 노송을 보자니, 위안부 할머니들이 떠올라 마음이 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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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에게 치명적인 병을 예방하기 위해 놓은 수간주사.
ⓒ 김종성

그렇게 상처받은 나무는 현재 치료중이다. 구멍 난 부분이 더는 썩지 않게 방부 처리하고 그 빈 곳에 충전물을 메워 맨 겉 부분을 시멘트나 황토로 덮는다. '숲의 고장 대곡리'처럼 우리나라 곳곳에는 소나무가 마을의 명물이나 관광지로 자리하는 곳이 많다. 

소나무는 과거 마을의 수호, 번영, 복을 기원하는 대상이었다. 현재는 정신적 안정감은 물론 관광지, 가볼 만한 곳 등으로 변해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는 현실적 자산이 됐다. 이에 후손들에게도 물려줄 소중한 소나무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가꾸는 안목이 필요하다.


※ 경남 사천 대곡리 마을숲은 제3회 아름다운숲전국대회 마을숲 부문 생명상 수상지 입니다. 



<오마이뉴스>와 <(사)생명의숲국민운동>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탐방에 나섭니다. 풍요로운 자연이 샘솟는 천년의 숲(오대산 국립공원), 한 여인의 마음이 담긴 여인의 숲(경북 포항), 조선시대 풍류가 담긴 명옥헌원림(전남 담양) 등 이름 또한 아름다운 숲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땅 곳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숲이 지금, 당신 곁으로 갑니다. [편집자말] 



생명의숲이 더하는 이야기



다른 지역의 소나무 숲은 대부분 방풍림 목적으로 조성된 반면, 대곡리의 소나무는 풍수지리설에 근거하여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하였다는 점이 의미를 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과거 여러 번의 전란 중에도 오랜 세월 동안 소나무 숲을 지켜낼 수 있었던 것도 이 지역 주민들이 지니고 있는 숲을 가꾸는 아름다운 마음 때문이었다. 마을 입구에 버티고 서서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시키는 소나무의 멋스러움과 구부러진 줄기의 형상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정취에 빠져들게 한다.


소재지 : 경상남도 사천시 정동면 대곡리 임 487-2번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고 그 숲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여 숲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대회로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주), 산림청이 함께 주최합니다 
생명의숲 홈페이지 : beautiful.forest.or.kr 


<오마이뉴스>와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이 함께 만드는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기사는 생명의숲과 오마이뉴스, 기자님이 저작권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생명의숲은 사람과 숲이 건강하게 공존하는 숲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시민과 함께 숲을 가꾸고 보전하는 환경단체(NGO) 입니다. 다음세대를 위한 초록 땅, 지구를 물려주고자 합니다.


생명의숲은 자연과 하나되는 풍요로운 농산촌을 꿈꿉니다.

생명의숲은 시민과 함께 돌보고 가꾸는 도시숲, 도시공동체를 꿈꿉니다.

생명의숲은 생태적으로 건강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꿉니다.


문의 : 생명의숲 02-735-3232 | forestfl@chol.com | http://www.forest.or.kr


생활혁신기업 - 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대표이사 사장 최규복 / 崔圭復)는 1970년 3월 30일 유한양행과 킴벌리클라크의 합작회사로 설립되어 우리나라 최초로 생리대, 미용티슈, 위생기저귀 등 좋은 품질의 제품들을 대량 생산, 공급하고, 지속적 제품혁신을 통해 국민 생활위생문화 발전에 기여하며 사랑받아 왔습니다. 1984년부터 사회공헌활동으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통해 숲 환경 보호 및 미래세대 환경리더 양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으며, 우리강산푸르게푸르게 30년이 되는 2014년까지 5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어 나갈 계획입니다.

www.yuhan-kimber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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