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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운 숲 8-2] 사슴을 쫓는 모험, 이곳에선 현실이 된다 - 서해의 막내 인천 옹진군 굴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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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운 숲

사슴을 쫓는 모험, 이곳에선 현실이 된다
[한국의 아름다운 숲 8-2] 서해의 막내 인천 옹진군 굴업도

 

오마이뉴스 이규정(jekell)


▲  사슴이 귀를 쫑긋 세우고 관광객을 경계하고 있다.

ⓒ 이수용


굴업도에는 소사나무 군락을 달리는 사슴 무리가 있다. 섬 사람들이 키우던 사슴이 야생화 된 지 30여 년이 지난 현재 100여 마리가 섬 곳곳에 살고 있다. 사슴을 쫓아 섬을 돌아다니면 온갖 희귀한 동·식물을 만날 수 있다.


해안길 12km에 면적 1.71㎢인 굴업도는 동·서 두 개의 섬이 폭 5m 안팎으로 잘록하게 긴 목기미 사빈으로 애처롭게 이어져 있다. 동섬은 바위섬으로, 섬에서 가장 높은 덕물산(138.5m)과 섬 전체를 조망하기 좋은 연평산(128m)을 주축으로 길게 늘어져 있다. 멀리서 보면 개머리처럼 생겼다는 '개머리초지'와 마을이 있는 서섬은 구릉형의 산지를 이루고 있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출발해 덕적도에서 갈아탄 배가 굴업도 선착장에 닿으면 마을에 있는 1톤 트럭과 경운기 몇 대가 마중을 나온다. 굴업도 부두에서 마을로 가는 길은 두 갈래다. 민박 주인들이 몰고 온 1톤 트럭 뒤에 올라 시멘트 길을 달리면 시원한 바닷바람을 만날 수 있고, 섬 왼편으로 나 있는 옛길을 따라 걸어도 정취가 좋다.


▲  엉성하게 만든 시멘트길을 오르면 호젓한 소사나무 숲길이 열린다.

ⓒ 이수용


어민들이 쌓아놓은 꽃게잡이 어망을 지나 엉성하게 만든 시멘트 계단을 오르면 이내 아늑한 숲길이 열린다. 으름덩굴, 산분꽃나무와 소사나무가 한두 사람 통과할 수 있는 작은 터널을 만들고 있다. 이 소사나무 군락을 통과하면 '아름다운 숲' 대상(2009년) 표지판이 세워진 곳이 있다. 여기서 길은 부두에서 시작한 시멘트 길과 합쳐진다. 그 길을 따라 5분을 걸어가면 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에는 총 8가구가 있는데 민박을 업으로 삼는다.


굴업도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


'서해의 막내' 격인 굴업도는 막내다운 재기 넘치는 생명력으로 온갖 감각을 자극한다. 섬 어디에나 흔한 소사나무 숲의 좁고 낮은 터널을 지나면 '웃는 등껍질'의 도둑게를 만난다.  도둑게의 웃는 낯도 미묘하게 다르다. 도둑게를 지나면 어느새 멸종위기종인 왕은점표범나비를 비롯해 호랑나비, 흰나비를 만나고 울어대는 매미도 만날 수 있다.


▲  도둑게의 등껍질 모양이 꼭 웃는 얼굴 같다. 도둑게의 등껍질 모양은 조금씩 다르다.

ⓒ 이수용


▲  굴업도에는 어른 엄지 손가락보다 큰 메뚜기가 흔하다.

ⓒ 이수용


사람이 다니는 길인 줄 모르는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크고 작은 벌레들이 팝콘처럼 톡톡 튀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메뚜기, 풀무치, 길앞잡이, 여치 등 종류도 다양하다. 기자의 다리에 머리를 박는 녀석도 있다. 특히 메뚜기는 어른 엄지손가락만큼 크다.


길섶의 갯메꽃, 갯방풍, 모래지치, 해당화, 백선, 천남성 등 뭍에서는 보기 힘든 풀도 발길에 차인다. 천남성은 잎이 크고 아름답지만 독성이 있는 약초니 조심해야 한다. 특이하게 해안가에는 고사리 군락도 있다. 해풍을 맞고 자란 고사리는 식감이 더욱 쫄깃하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금방망이, 엉겅퀴, 고사리, 천남성이다.

ⓒ 이수용


굴업도에서는 눈을 감고 소리만 들어도 모든 감각이 열린다. 개머리를 바라보고 탁 트인 초지에 서 있으면 왼쪽에서는 거친 해안지형에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오른쪽으로는 바닷물이 부드러운 모래에 스며드는 소리가 들린다. 그 사이로 풀벌레뿐 아니라 수크령, 갈대, 소사나무 등이 바람에 몸을 맡기고 저마다 소리를 낸다.


▲  수크령 군락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은 장관이다.

ⓒ 이수용


▲  한 관광객이 등산 중에 풀밭에 누워 낮잠을 청하고 있다.

ⓒ 이규정


▲  굴업도의 초지는 광활하고 아름답다.

ⓒ 이수용


천연기념물 323호 송골매 서식지는 국내의 굴업도를 포함해 3곳뿐이다. 송골매 새끼는 해안절벽에서 상승기류를 타며 비행연습을 한다. '비행의 명수' 송골매는 하늘을 비행하다가 먹이를 발견하면 날개를 접고 총알처럼 먹이를 낚아챈다. 기자의 눈이 쫓아가지 못할 정도로 빠른 사냥이었다.


▲  굴업도 송골매는 뛰어난 비행실력으로 먹이사냥을 한다.

ⓒ 이규정


사슴을 쫓는 동화 같은 모험


매를 쫓으면 눈이 돌아가지만 사슴을 쫓으면 동화 같은 모험이 펼쳐진다. 야생에서 자란 100여 마리의 사슴이 섬 전체에 길을 냈다. 사슴이 주로 다니던 길의 풀이 누워서 절로 길이 만들어진 것이다. 굴업도에 오면 잠시 이 길을 빌려 모험을 떠나자.


기자는 안내인과도 섬을 돌아다녔고 혼자서도 돌아다녔다. 안내인은 사슴처럼 길을 훤히 알았지만 기자 혼자 다닐 때는 사슴길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사슴길임을 알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있으니 바로 '사슴똥'.


아몬드처럼 생긴 사슴똥이 사슴길을 따라 널려있다. 말라비틀어진 똥부터 뜨끈한 똥까지 사슴의 흔적을 쫓으면 된다. 초지, 소사나무 군락을 가리지 않고 사슴길은 이어진다. 사슴이 부드러운 수풀에 잠시 몸을 누인 자리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  이 정도만 되도 넓은 편이다. 소사나무 숲길은 사람이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고 복잡하다.

ⓒ 이수용


이제 '똥' 말고 진짜 사슴을 볼 차례다. 연평산으로 가는 길목의 능선은 사슴을 볼 확률이 높은 지역이라고 한다. 운이 좋았다. 능선에 보초격인 사슴 2마리가 기자를 지켜보고 있다. 재빨리 뒤쫓아 가니 능선 뒤로 10~15마리나 되는 사슴들이 황급히 소사나무 숲으로 몸을 숨겼다. 야생 사슴을 만난 흥분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  조심성 많은 사슴은 개활지에서 관광객을 주시한다.

ⓒ 이규정


▲  10m 쯤 다가가니 사슴 무리가 소사나무 숲으로 달아났다.

ⓒ 이규정


사슴을 만났으면 연평산에 오르는 게 좋다. 섬 전체를 조망하면 모험의 마무리로 손색이 없다. 산중턱에서 정상을 오르는 구간은 바위가 험해 스릴이 넘친다. 정상에 오르면 우리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볼 수 있다. 동·서를 잇는 목기미 사빈이 더욱 얇아 보여 애처롭다. 초지엔 소사나무 군락이 양탄자처럼 부드럽게 깔려 있다.


굴업도에 가려면 홀수 날 들어갔다가 짝수 날 나오는 게 좋다. 하루 1회(성수기에는 2회) 덕적군도를 운행하는 나래호가 홀수 날에는 덕적군도 5개 섬 중 굴업도를 가장 먼저 들르고 짝수 날에는 마지막에 들르기 때문이다.


▲  굴업도에서 나는 각종 나물과 해산물의 맛은 일품이다.

ⓒ 이규정


민박집의 방값은 하루 5만 원, 섬에서 나는 해산물과 나물로 맛깔스러운 백반은 한 끼에 6천 원으로 통일돼 있다. 등산로에도 수풀이 우거지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긴 바지와 등산화는 필수다.


 인천 옹진군 굴업도는  제10회 아름다운숲전국대회 대상 수상지입니다



<오마이뉴스>와 <(사)생명의숲국민운동>은 7월부터 12월까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탐방에 나섭니다. 풍요로운 자연이 샘솟는 천년의 숲(오대산 국립공원), 한 여인의 마음이 담긴 여인의 숲(경북 포항), 조선시대 풍류가 담긴 명옥헌원림(전남 담양) 등 이름 또한 아름다운 숲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땅 곳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숲이 지금, 당신 곁으로 갑니다.  [편집자말]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고 그 숲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여 숲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대회로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주), 산림청이 함께 주최합니다

생명의숲 홈페이지 : beautiful.forest.or.kr 


2012/09/17 - [아름다운 숲 이야기] - [한국의 아름다운 숲⑧-1] 대기업에 팔린 굴업도의 불안한 고요 -  인천 옹진군 굴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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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이 함께 만드는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기사는 생명의숲과 오마이뉴스, 기자님이 저작권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생명의숲은 사람과 숲이 건강하게 공존하는 숲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시민과 함께 숲을 가꾸고 보전하는 환경단체(NGO) 입니다. 다음세대를 위한 초록 땅, 지구를 물려주고자 합니다.


생명의숲은 자연과 하나되는 풍요로운 농산촌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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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숲은 생태적으로 건강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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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혁신기업 - 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대표이사 사장 최규복 / 崔圭復)는 1970년 3월 30일 유한양행과 킴벌리클라크의 합작회사로 설립되어 우리나라 최초로 생리대, 미용티슈, 위생기저귀 등 좋은 품질의 제품들을 대량 생산, 공급하고, 지속적 제품혁신을 통해 국민 생활위생문화 발전에 기여하며 사랑받아 왔습니다. 1984년부터 사회공헌활동으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통해 숲 환경 보호 및 미래세대 환경리더 양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으며, 우리강산푸르게푸르게 30년이 되는 2014년까지 5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어 나갈 계획입니다.

www.yuhan-kimber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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