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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와 소나무가 유명한 마을, 강릉 초당마을숲

아름다운 숲 이야기/아름다운 숲 50선

by 생명의숲 2021. 2. 2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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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여행 중에 꼭 먹어야 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는 역시 두부다. 초당마을에서 대대로 만들어 왔다는 두부. 하지만 이곳에서는 숲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허균과 허난설헌의 아버지, 초당

정부기관에서 작성해야 하는 문서의 샘플에는 대체로 어김없이 ‘홍길동’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는 이를 가리키면서도 사람들은 “홍길동 같다”고 얘기한다. 홍길동이라는 이름은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고유명사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런 홍길동이 주인공인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을 쓴 저자 허균은 강릉의 초당마을과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그의 누나 허난설헌도 마찬가지. 허난설헌은 조선 최고의 여류 시인으로 꼽힌다. 이 남매는 어린 시절 초당마을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당마을을 이야기하면서 두 사람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숲 이야기에 앞서 두 사람을 먼저 거론한 것도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마을 이름 ‘초당’은 허 씨 남매의 아버지 허엽의 호다. 그의 호를 마을 이름으로 삼은 것이다. 그 연유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여러 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두부와 관련한 이야기다. 초당마을은 두부로 이름이 높았다. 허엽이 바닷물을 이용해 콩물을 응고시켜서 두부를 만들었고, 이 제조법을 마을에 전해 지금까지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고도 한다. 초당마을의 샘물은 맛이 매우 특이했다는 기록도 보인다. 그러니까 이 마을에서만 나오는 샘물로 콩물을 만들고, 바닷물을 넣어 두부를 만들었으니 이는 전국의 어느 두부와 견주어도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두부 제조법을 마을에 전할 정도로 요리에 일가견이 있던 허엽의 영향은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 모양이다. 그의 아들 허균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맛보고 이를 기록한 <도문대작>이라는 먹거리 평서를 쓰기도 했다. 지금이야 이른바 ‘먹방’에 열광하는 시대가 열렸지만 조선이라는 유교 사회에서 이는 좀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짓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사대부가 지켜야 할 진중함을 버리고 식탐을 드러낸 경망한 행위라며 손가락질을 받았다. 그렇지만 후대에 이르러서는 그만큼 예민한 혀끝과 뛰어난 미각을 지닌 미식가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방풍림으로 조성한 소나무숲

초당마을에는 허균과 허난설헌 남매가 살던 생가가 아직도 남아 있다. 여행자들을 그러모으는 순두부 골목을 지나 몇 걸음 더 들어가면 보인다. 지금 우리가 보는 생가 터는 후대에 복원한 것이다. 전통가옥 분위기를 살려서 제법 소박하게 꾸며 놓았다. 허난설헌은 이 터에서 일곱 살 무렵까지 산 것으로 전해져 온다. 그 집의 앞마당은 너른 소나무숲으로 곧장 이어진다. 초당마을을 상징하는 두 가지 중 하나가 곧 두부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소나무숲이다. 그만큼 멋진 경치를 자랑한다. 얼핏 생각하기에 이 숲이 예전부터 존재해 온 것 같지만 실제로 나무 나이는 평균 7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1900년대 초반에 방풍림으로 조성한 것이어서 허균과 허난설헌은 당마을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렵다. 그만큼 초당마을은 그 자체로 소나무숲과 한 몸으로 어우러져 한 세기 가까이 공생해 온 셈이다.생전에 이 숲을 본 적이 없다. 이제는 이 숲의 경치가 워낙 익숙해서 소나무 없는 초당마을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렵다. 그만큼 초당마을은 그 자체로 소나무숲과 한 몸으로 어우러져 한 세기 가까이 공생해 온 셈이다.

 

바다와 호수를 모두 끌어안고

소나무숲 쪽으로 나아가면 푸른 동해가 나오고 반대로 발길을 돌리면 경포호로 향한다. 바다와 호수 사이에 숲이 자리하고 있다. 숲으로 들어갈 때는 바다와 호수 사이에 있는 숲이라고 생각했는데, 걸음을 옮기는 동안 조금씩 이곳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숲이 사이에 있는 게 아니라 바다와 호수를 이 숲이 모두 끌어안고 있는 듯하다고 말이다. 

 

숲 너머로 수평선이 길게 누운 바다가 보인다. 파도는 숲을 향해 끊임없이 밀려와서 장렬하게 부서진다. 얼마나 많은 이가 이 광경을 그리워하며 이 숲을 찾았던가. 언제나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바다와 호수, 숲이 있어서 우리는 다시 이 공간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때마다 위안을 받는다. 

 

숲을 빠져나오면 무지개다리가 놓여 있다. 다리 한쪽에는 홍길동이 다정한 모습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볼 때마다 입꼬리가 올라가는 모습이다. 홍길동이 저렇게 다정한 캐릭터였던가. 수도 없이 다시 읽던 홍길동전의 내용을 되짚는다. 다리를 건너면 다섯 개의 달이 뜬다는 경포호다. 봄이면 경포호 주변은 온통 벚꽃 휘날리는 벚꽃의 성지가 된다. 여기저기에서 봄볕을 온몸으로 맞으며 자전거 페달을 밟아 달리는 사람이 보인다. 행복이라는 게 별건가. 자연은 늘 그런 식으로 우리에게 행복을 선물한다. 햇살의 따스함, 살랑대는 바람이 곧 선물이다. 때로는 덜커덕거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치유의 손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꾸만 그곳으로 다시 발걸음이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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