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사시사철 언제가도 좋지만 요즘 같은 봄날에 가면 더욱 좋다. 여름날의 햇살과 달리 따사로운 온기가 느껴지는 봄 햇볕, 새싹과 꽃망울이 터져 나오는 나무들은 사람들에게 행복감과 생기를 불어 넣어준다. 그런 숲이 있는 시골마을에서 봄이 오는 소리를 느껴본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충남 아산시 외암리 민속마을도 그런 곳 중의 하나다. 500여 년 전부터 씨족 마을이 형성됐다. 마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숲과 나무가 마을을 품다시피 하고 있다. 산림청과 생명의숲국민운동이 공동 개최한 제 2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마을 숲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으니, 안 가볼 수가 없다.
외암리 민속마을은 대중교통으로 찾아가기도 쉬워 좋다. 수도권 전철 1호선 온양온천역에 내리면 역 앞에 외암리 민속마을을 지나가는 시내버스들이 여러 대 서고, 그 중 한 버스를 타고 20여 여 분 달리면 마을 앞에 도착한다.
몇 년 전 외암리 민속마을에 왔을 땐 초가집과 고택, 제사를 지내는 사당 등 정겹고 이채로운 마을 풍경이 인상깊었다. 그런데 이번엔 소나무 외에도 상수리 나무, 느티나무, 향나무, 단풍나무, 각종 과실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날 반겨줬다.
매표소를(입장료 2천 원) 지나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마을과 생사고락을 같이 했을 늙은 정자나무와 함께 야트막한 언덕 위에 모여 사는 소나무들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한다. 거북이 등딱지 같은 나뭇결이며 등이 구부정한 모습이 흡사 동네 어른 같다. 500여 년 전통의 외암리 민속마을엔 고택(古宅)에 어울리는 고목(古木)들이 많이 산다.
마을 관리 사무소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동네 들머리에 마을 보존회 사무실이 있다. 사무실에는 동네 어르신들이 몇몇 모여 있으니, 마을에 대한 궁금한 이야기를 여쭤볼 수 있다. 보존회 회장님으로 일하신다는 이준봉 어르신은 예안이씨 씨족 마을이기도 한 외암리 민속마을에서 대를 이어오며 살고 있다.
"마을에 들어서니 왼편에 있는 오래된 소나무 숲이 반겨주는 것 같아 좋고, 부드러운 산등성이 아래 포근히 자리한 마을이 참 아늑해요."
버스에서 내려 마을로 들어오면서 느꼈던 첫인상을 밝혔더니 충청도 사람 특유의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신다. 동수(洞蓚)라 하여 풍수지리상 마을의 불리한 지세를 보완하고 더불어 묘소 주변을 감싸기 위해 조성됐다. 숲의 주된 수종은 소나무(70여 그루)와 상수리나무(30여 그루)다.
더불어 이 숲은 추운 겨울날의 삭풍을 막아주고 마을을 아늑하게 가려주며 수구막이 역할을 겸한다. 나무 기둥에 만들어 놓은 그네를 타면 마을 숲과 전경이 눈앞에 색다르게 다가오는 경험을 할 수 있으니, 꼭 타볼 일이다.
마을 공간을 흐른 물길이 마을 밖으로 나가는 곳을 수구(水口)라고 하는데 그것이 막는 것을 '수구막이'라 한다. 수구막이에 대해서는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그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무릇 수구가 엉성하고 넓은 곳에서는 비록 좋은 밭이 만 이랑이 있고 집이 천간이 있더라도 다음 세대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저절로 흩어져 사라진다. 그러므로 집터를 잡을 때는 반드시 수구가 꼭 닫힌 듯하고 그 안에 들이 펼쳐진 곳을 눈여겨보아 구할 것이다.'
마을엔 송림숲 외에도 다양한 나무들이 어울려 살고 있다. 소나무, 상수리 나무는 물론 향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와 과실나무 (감, 밤, 호두, 복숭아, 매실 등)들이 지천이다. 갖가지 수목들이 마을, 집, 돌담들과 잘 어울리며 살고 있어 한 폭의 큰 그림이나 정원 같기도 하다. 숲과 마을 풍경으로 만나는 조화로움은 외암마을만이 갖는 아름다움인 듯싶다. 요즘 같은 봄날뿐만이 아니라 계절마다 다른 풍경과 매력을 간직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이 마을의 원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말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예부터 외암리는 삼다(三多) 마을로 알려졌는데 삼다란 돌, 말, 양반이 많다는 것을 뜻하였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일정한 거리마다 말을 대기시키는 역마가 있었는데, 바로 이곳이 그곳이다. 외암이라는 지명도 외양간을 뜻하는 '오양골'에서 '오야골'을 거쳐 '외암골'로 바뀌었다고 한다.
16세기에 예안이씨 이사종(?~1589)이 이 마을에 살던 참봉 진안평의 맏딸과 결혼하여 입향하면서 예안이씨 일가가 정착, 씨족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전통적인 혼인풍속인 남귀여가혼(男歸女家婚)이 행해지던 시기이므로 이사종은 평택 진씨와 결혼하면서 이곳에 들어온 것이다.
이후 이사종의 5대손 외암 이간(1677~1737)이 왕으로부터 문정공이라는 시호를 받고 사후에 불천위로 모셔지면서 외암마을이 예안이씨의 씨족마을로 자리를 굳히게 되었다. 불천위란 국가에 큰 공헌을 한 공신이나 대학자 등을 사당에 모시도록 나라에서 허락한 것이다.
불천위로 인정되면 4대조까지 올리는 제사의 관행을 깨고 후손 대대로 제사를 올릴 수 있다. 마을에 불천위 사당이 있다는 자체가 영광스런 마을임을 의미한다.
외암리는 조선후기에 많은 과거 급제자를 배출했다. 그 중 퇴호 이정렬(1868~1950)은 근현대사의 증인이기도 하다. 그는 고종 때 문과에 급제하여 이조참판에 이르는 벼슬을 지냈으며 독립운동에 관여했다.
그의 나이 34세 때 일본이 강제로 통상조약과 사법권 이양을 요구하자 이에 고종에게 상소를 올려 당시 책임자인 외부 대신을 탄핵할 것을 주장했다.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신은 나라를 팔아먹은 조정의 신하가 될 수 없다며 관직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외암리 마을이 자랑하는 대표 고택이 몇 채 있는데 그 중 참판댁이 이정렬이 살던 집이다.
외암마을에는 현재 69가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농가 38가구, 농사를 짓지 않는 일반 가옥이 31가구이며 거주민은 약 200명이다. 2001년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중요민속자료 제 236호로 지정되었지만, 누구나 집을 사고팔며 이사를 가거나 이사를 와서 거주할 수 있다. 씨족마을답게 1990년까지 가구 수의 절반 이상이 예안이씨였는데 계속 줄어들어 현재 약 36% 정도라고 한다.
제사를 지내는 550살 느티나무
외암마을은 제주도를 연상시키는 정겨운 돌담이 흔한 것이 특징이다. 지나가는 마을 남자 어르신들과 마을 얘기를 하면 맨 먼저 돌담 얘기를 꺼내실 정도로 자랑거리다. 집집마다 둘러쳐진 돌담이 무려 5.3㎞에 달한다고 한다니 마을에 들른 엿장수가 열 번을 헤매다 겨우 동네를 빠져나갔다는 어르신 얘기가 우스갯소리만은 아니겠구나 싶다.
마을 돌담길 위 나뭇가지에 새가 지저귀는 소리, 돌담 안 닭들의 목청 좋은 울음소리를 들으며 마을을 돌다보면 550살 먹었다는 신령스러운 느티나무와 마주하게 된다. 외암민속마을 안에 있는 랜드마크다.
외암마을의 특징은 물길에도 있다. 주산(主山)인 설화산 계곡에서 내려온 개울물을 마을로 끌어들인 물이다. 마을 안길을 따라 흐르던 물은 도랑으로 마을길과 집 안팎, 텃밭 사이를 졸졸 맑은 물소리를 내며 누비고 있다. 비가 오면 배수로이자 주민들의 생활용수, 농업용수로도 요긴하게 쓰인다. 외암마을의 주택이 대부분 초가집이므로 방화수로 사용되기도 한다니 조상들의 지혜가 깊기도 하다.
대가족이 모여 앉아 있는 것 같은 크고 작은 크기의 항아리들, 주민이 실제로 사용하는 우물, 논 두렁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개구리 소리, 동네 곳곳에 본격적으로 피어나기 시작하는 화사하고 예쁜 풀과 꽃들. 어릴 적 방학 때마다 갔던 시골 외갓집에 온 것 같이 마음이 푸근해지고 며칠 머물고 싶게 한다.
마을안에 초가집으로 된 민박집이 몇 채 있으며 아이들이 오면 농촌 체험 마을 프로그램도 경험할 수 있다. 구수한 시골 시골 청국장을 먹을 수 있는 '신창댁'이라는 집은 마을에서 유일한 식당이다.
ㅇ 찾아가기 ;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169-1번지
- 대중교통은 1호선 전철 온양온천역 앞에 외암리 민속마을을 오가는 버스들이 여러 대 있다. (20여분 소요)
ㅇ 이용문의 ; 041) 540-2110
※ 충남 아산 송악면 외암리 민속마을숲은 제2회 아름다운숲전국대회 마을숲 부문 생명상(대상) 수상지 입니다.
<오마이뉴스>와 <(사)생명의숲국민운동>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탐방에 나섭니다. 풍요로운 자연이 샘솟는 천년의 숲(오대산 국립공원), 한 여인의 마음이 담긴 여인의 숲(경북 포항), 조선시대 풍류가 담긴 명옥헌원림(전남 담양) 등 이름 또한 아름다운 숲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땅 곳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숲이 지금, 당신 곁으로 갑니다. [편집자말]
충남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과 봉수산 봉곡사, 영인산 자연휴양림으로 떠난 숲기행 이야기!
2012년 10월 27일. 가을비가 내리던 아침. 40명의 생명의숲 회원님, 시민 여러분들과 함께 아름다운 숲으로 떠났습니다. 궂은 날씨였지만, 가을 향기에 흠뻑 취하고, 알록달록 단풍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아름다운 숲으로 떠나는 마을숲기행> 이야기 속으로 함께 해보세요.
여기는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마을입니다. 생명의숲에서 2000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의 제2회 마을숲 부문 대상 수상지이기도 합니다.
이 길을 따라 외암민속마을 구경을 시작하였습니다. 비가 내려 숲기행이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방문객이 많지 않아 한적하게 마을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촉촉하게 젖은 흙과 단풍의 향기를 더욱 진하게 맡을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마을 안에 있는 600살이 넘은 할머니 은행나무 아래서, 문화해설사로부터 외암민속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기는 외암민속마을에 있는 송화댁입니다.
외암민속마을은 민속촌과 달리, 마을 안에 주민들이 살고 있는 동네입니다. 주거 공간이기 때문에 함부로 집안으로 들어가면 안되지만, 열린 문으로 집주인께 양해를 얻어 구경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희가 찾아간 날은 송화댁 집주인께서 흔쾌히 문 열어주셨답니다.
생명의숲 마을숲위원회 위원님이신 장미아 박사님께서 외암리 마을, 마을숲, 송화댁과 영암댁 정원에 관한 다양하고 알찬 이야기를 들려주셨답니다.
잠깐이었지만, 정겨운 돌담길 따라 여유로운 시간도 가졌답니다.
외암민속마을 안에 있는 당산나무입니다. 이 마을이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말하지 않아도 이 나무를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을을 다 내려다 볼 정도의 나무는 이 마을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담고 있겠지요?
마을을 돌아보며 출출할 때 즈음, 건강한 시골밥을 맛나게 먹었답니다. 청국장과 된장찌개, 그리고 다양한 장아찌로 한상 가득. 맛있어 보이죠? ^_^
배를 든든히 하고, 천년의숲을 걷기 위해 봉곡사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외암민속마을에서 차로 10분정도 이동하면 봉수산 봉곡사로 갈 수 있습니다.
봉수산 입구에서 봉곡사로 가는 길을 따라 가다보면 울울창창 소나무숲을 걷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데요. 이 소나무숲길은 2004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천년의숲 수상지입니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소나무 기둥에 깊게 파여진 ‘V'자 모양을 볼 수 있는데요. 이 흔적은 일제강점기 말기에 항공이나 탱크의 연료로 쓰던 송진을 받아 생긴 상처라고 합니다. 우리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숲이었습니다.
그 아픈 시간을 묵묵히 버텨온 소나무숲 속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 노는 아이들.
훗날, 저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그들의 아들, 딸들과 함께 이 숲길을 걸을 수 있도록 보전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란 생각이 듭니다.
가을바람에 풍경소리로 조용한 산사를 가득 메운 봉곡사를 방문하였습니다.
봉곡사 사무장님으로부터 봉곡사와 소나무숲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봉곡사는 신라 진성여왕 원년(887)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입니다. 또한, 만공(1871~1946)스님은 1895년 이곳에서 ‘세상의 모든 것이 한 송이 꽃’이라는 깨달음을 얻으셨다고 합니다.
아쉽지만 소나무숲길을 떠나 영인산 자연휴양림을 찾았습니다.
제13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전국 방방곡곡에 아름다운 숲을 발굴하고, 숲을 가꾸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찾아내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벌써 올해로 13회째를 맞이하였는데요. 올해는 어떠한 아름다운 숲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지 기대하며, 시상식 장소로 발을 옮깁니다.
시상식장으로 향하는 두 분의 모습이 가을 단풍만큼이나 아름답습니다.
올해 선정된 아름다운 숲은 어디였을까요?
딱딱한 격식을 차린 여느 시상식을 생각하고 갔지만, 말 그대로 전국 방방곡곡의 숲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어 너무 즐거웠다는 회원님의 말씀처럼. 다양한 이야기들로 감동과 웃음이 만들어진 아름다운 시상식이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시상식을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숲으로 떠나는 마을숲기행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많은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참여해주신 회원님, 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전국에 200여 곳의 아름다운 숲이 있습니다. 생명의숲 회원 여러분께서도 아름다운 숲으로 떠나 보시는 건 어떨까요? 더불어 회원님만의 아름다운 숲 지도를 완성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2001년 외암리 민속마을숲은?
소재지 :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169-1번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고 그 숲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여 숲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대회로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주), 산림청이 함께 주최합니다
유한킴벌리(대표이사 사장 최규복 / 崔圭復)는 1970년 3월 30일 유한양행과 킴벌리클라크의 합작회사로 설립되어 우리나라 최초로 생리대, 미용티슈, 위생기저귀 등 좋은 품질의 제품들을 대량 생산, 공급하고, 지속적 제품혁신을 통해 국민 생활위생문화 발전에 기여하며 사랑받아 왔습니다. 1984년부터 사회공헌활동으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통해 숲 환경 보호 및 미래세대 환경리더 양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으며, 우리강산푸르게푸르게 30년이 되는 2014년까지 5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어 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