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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운 숲 6] 한여름에도 등골이 오싹, 여기 갈걸 그랬네 - 전북 남원 행정리 서어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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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름다운 숲

한여름에도 등골이 오싹, 여기 갈걸 그랬네
[한국의 아름다운 숲 6] 남원 행정리 서어나무 숲

 

오마이뉴스 김현자(ananhj)



▲  멀리서 본 행정리 서어나무 숲. 숲 뒤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행정리 마을이다. 사진 왼쪽 붉은색 줄기는 행정리 마을의 특산품 중 하나인 고랭지 상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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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리 서어나무 숲의 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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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더워도 너무 더웠다. 조금만 움직여도 온몸이 땀으로 젖기 일쑤인지라 치장을 하고 집을 나서는 것이 두려울 정도다. 그저 시원한 것 먹어가며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이 훨씬 시원할 때가 많다. 그래도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 숲들을 찾아 나서는 길만큼은 여간 설레는 것이 아니다. 매일 불볕더위가 되풀이되니 오고 가는 길이 덥지만, 내가 좋아하는 자연을, 언제든 깃들이고 싶어 하는 그 자연의 일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소산성(사적 제5호) 숲과 진안 하초마을 숲 다음으로 만난 숲은 '남원 행정리 서어나무 숲'.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대상(2000년)'을 수상한 이 숲은 전북 남원시 운봉읍 행정(리)마을 북쪽에 서어나무 숲으로만 조성된 전형적인 마을 숲이다. 대개의 우리나라 마을숲들처럼, 이 숲 역시 액운을 막아 마을을 평안하게 할 목적으로 조성되었다(이하 행정마을로 씀).


행정마을의 자료에 따르면 숲이 조성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80여 년 전. 당시는 한두 집씩 모여들어 마을이 막 형성되기 시작할 무렵인데, 이때 마을을 지나던 한 스님이 "들 한가운데는 마을 터로 좋지 못한데 왜 하필 이곳에 터를 잡으려 하는가?"라며 말렸단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은 스님의 말을 무시하고 마을을 이뤄 살았고, 스님의 말이 맞았는지 많은 사람들이 질병과 전염병 때문에 죽게 된다. 


그 무렵 또 다른 한 스님이 마을을 지나다가 "마을 북쪽에 성을 쌓으면 마을의 액운을 막아 더 이상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액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비책을 알려준다. 그와 함께 "만약 성을 쌓지 못하면 나무라도 심어 숲을 이루면 숲이 액운을 막아 마을에 더 이상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나무를 심게 한다. 


행정리 서어나무 숲은 이렇게 조성되었다고 한다. 스님의 말대로 나무를 심어 숲을 이루자 더 이상 질병이나 전염병 등으로 죽는 사람이 생겨나지 않았는데, 심지어는 일제강점기나 6·25때도, 빨치산이 횡행하던 혼란기에도 행정마을 사람 중 죽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  남성의 근육질과 비슷하다고 해 근육질나무로도 불리는 서어나무로만 조성된 남원 행정리 서어나무 숲. 멀리 보이는 그네가 임권택 감독 영화 <춘향뎐>에서 춘향이가 탔던 그네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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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리 서어나무 숲은 다른 마을숲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숲속은 한여름에도 섭씨 15도 안팎을 유지할 정도로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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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리 서어나무 숲 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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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볕더위 속 온 몸에 느껴지는 냉기


숲의 규모는 약 1600㎡(500평). 얼핏, 줄기가 마치 남성의 근육질 같아 근육질나무라고도 불리는 굵은 서어나무 100여 그루가 옹기종기 모여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높이가 20m쯤 되는 이 나무들의 평균 수명은 대략 200년이란다. 그러니까 어린 나무가 아닌 20~30년이나 자란, 굵기의 나무들을 옮겨 심었다는 이야기다. 


마을 숲이 조성된 시기와 숲을 이루는 나무들의 수령 그 간극에선 당시 마을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아마도 마을 사람들은 지난날 그 스님의 진심 어린 충고를 듣지 않았음을 후회하며 하루라도 빨리, 조금이라도 더 숲이 울창해져 더 이상 마을에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며 가장 굵은 나무들로 골라 심지 않았을까?


행정마을의 이 서어나무 숲을 만나러 간 날은 폭염이 계속되던 8월 7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들을 하며 숲에 있는 작은 바위에 앉아 있자니 '한기'라 할 정도의 시원함이 온몸을 감쌌다. 사실 느닷없는 이 냉기에 두 팔을 가슴 위에서 X자로 하여 몸을 바짝 웅크렸다. 몸살이 오려나? 더위를 먹었나? 걱정하며.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느낀 한기는 이 숲에 깃든 사람들은 누구나 느끼는 그런 엄청난 시원함이었다. 


그토록 더운 한여름 한낮에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거창한 규모의 깊은 숲도 아닌 들판 한가운데에 있는 마을 숲에서.


아무리 더운 날에도 좀 앉아 있다 보면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시원하기 때문에 해마다 여름이면 지인들과 놀러오곤 한다는, 전주에서 왔다는 한 남자에 의하면 '행정리 마을 일대가 해발 500m의 분지에 있기 때문'이다. 그에 의하면 이런 지리적 조건과 활엽수인 서어나무가 만들어낸 그늘이 합해져 평균 기온 15도를 유지한단다. 그러니 나처럼 조금 있다 보면 오싹한 시원함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고.


때문에 이 서어나무 숲은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에는 논과 밭에서 일을 하던 농부들이 땀을 식히며 새참을 먹거나 정담을 나누는 장소였다고 한다. 지금처럼 선풍기가 흔하지 않던 시절 행정리 마을 사람들과 인근마을 사람들의 땀을 식혀주는 그런 존재였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숲에 머물다 가지만, 숲 인근을 좀 둘러보면 행정마을 일대가 해발 500m에 있다는 것이 실감난다.


여름과 가을에 우리들이 먹는 감자나 잎채소들 중에는, 위도는 낮고 표고는 600~700m 정도로 높아 몹시 한랭한 지리적(기후) 특성을 이용해 생산한 고랭지 작물들이 많다. 우리가 고랭지 재배지로 많이 알고 있는 곳은 강원도. 그런데 행정마을에서도 고랭지 농법으로 상추를 재배한다. 이렇게 재배된 상추는 행정마을의 여러 특산품들 중 하나다. 눈여겨 둘러보면 숲 주변에도 상추밭들이 있다(제일 위 사진 왼쪽 아래 붉은 줄기의 작물이 상추다).


▲  행정리 서어나무 숲과 지리산 둘레길 '주천~운봉' 구간 사이에 있는 개울에서 노는 아이들. 사진 위 나무 심어진 길이 지리산 둘레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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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리 서어나무 숲 그늘에서 본 지리산 둘레길 주천~운봉구간. 작은 나무가 졸졸 심어진 길이 지리산 둘레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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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덧 오후 5시 30여분. 조금 지나면 해가 질텐데도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들고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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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이곳, 영화 <춘향뎐> 촬영지


여하간 이젠 마을사람들보다 이런저런 숲에 관한 소문을 듣고 찾아온 외부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 숲이 됐다. 숲에 가기 전 행정마을 이장님이 알려준 마을회관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해 달렸는지라 숲이 아닌 행정마을 회관(공판장) 앞으로 먼저 가게 됐는데, 숲에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자 가까운 친척 집에 찾아 온 손님 대하듯 친절하고 살갑게 일러준다. "앞에 주차장도 있으니 차를 대놓고 편안하게 놀다 가라"며.


숲이 유독 시원하다는 것을 알고 자주 찾아드는 근동 사람들과 마을 숲을 연구하는 사람 등 일부 사람들만 찾던 숲이 유명해지고 세간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이 숲이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대상'(2000년)을 타고,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을 촬영지라는 것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춘향전에서 춘향이가 그네를 타고, 그 모습을 본 이몽룡이 한눈에 반해 사랑을 하게 된다는 장면은 워낙 유명하다. 임권택 감독은 이 중요한 장면을 이 서어나무 숲에서 찍었다고 한다. 지금도 영화 속 춘향이가 타던 그네가 있어 영화를 찍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그네를 타보곤 한다. 


여기에 행정리의 이 서어나무숲이 지리산 둘레길 제1구간인 '주천~운봉' 구간과 인접하고 있는라, 지리산 둘레길 설명에 빠짐없이 나올 정도다. 때문에 둘레길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최근 몇 년 전부터 지리산 둘레길을 따라 걷다 들러 쉬어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행정마을 숲에 깃들인지 어느새 두 시간 남짓 넘은 오후 5시 37분. 이제 슬슬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갈 시간임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는 행정리 서어나무 숲을 아쉽게 떠나왔다. 앞서 갔던 부소산성 숲과 하초마을을 떠나며 여름에 사람들에게 시원함을 주는 숲들의 단풍 드는 모습이 궁금해졌던 것처럼 행정리 마을 숲의 굵은 서어나무들이 단풍 근 모습도 궁금해졌다.


▲  행정리 서어나무 숲 마을인 행정마을 이웃인 삼산마을 소나무 숲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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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리 서어나무 숲 마을인 행정마을 이웃인 삼산마을 소나무 숲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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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락이 형성되기 전에 연대를 알 수 없는 부락을 중심으로 아랫숲, 중간숲, 웃숲이 병풍처럼 펼쳐져있다. 웃 숲에는 특이하게 노송들이 마치 살아있는 나무가 다리를 놓고 가지가 몇 갈래로 나누어져 꿈틀거리듯 하는(근육송), 누워있는 듯 하는(와 송), 춤을 추는(발레 송), 하루 종일 볕이 들지 않는 (하우스 송) 등 각기 천태만상으로 유감없이 뽐내는 그 자태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 지리산 둘레길 누리집 '솔밭 삼산마을' 설명에서  


행정리 서어나무 숲을 보러 오고가는 길에 시간을 내어 행정마을 옆 마을인 삼산(리)마을 소나무 숲에도 꼭 들러보길 권하고 싶다. 우린 시간이 부족해 마을 앞 도로에 잠깐 차를 세우고 사진만 찍고 왔는데, 아무래도 아쉬워 좀 더 알아보니 최근 '산림청이 주관하는 2012년 전통 마을숲 복원 대상지로 선정'될 만큼 마을 숲의 가치가 있는 곳이란다.


참고로 행정마을은 농촌체험마을로 여러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자세한 것은 행정마을 누리집(http://www.stoptree.com)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이와 상관없이 머물고 싶으면 행정마을과 이웃 삼산(리)에 있는 민박들을 이용하면 된다. 


행정리 서어나무숲에 가려면 전주시외버스터미널서 남원공용버스터미널까지(대략 1시간 15분), 다시 버스를 타고 운봉읍을 거쳐 삼산리정류장에서 내리면(대략 1시간) 된다. 행정리 마을회관 주소는 '전북 남원시 운봉읍 행정리 155-3'. 20분 거리(자가용 기준)에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창건된 실상사가 있다.


※ 전북 남원시 운봉읍 행정리 서어나무숲 제1회 아름다운숲전국대회 마을숲 부문 생명상(대상) 수상지입니다



<오마이뉴스>와 <(사)생명의숲국민운동>은 7월부터 12월까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탐방에 나섭니다. 풍요로운 자연이 샘솟는 천년의 숲(오대산 국립공원), 한 여인의 마음이 담긴 여인의 숲(경북 포항), 조선시대 풍류가 담긴 명옥헌원림(전남 담양) 등 이름 또한 아름다운 숲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땅 곳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숲이 지금, 당신 곁으로 갑니다.  [편집자말]



생명의숲이 더하는 이야기


행정리의 서어나무숲은 여름철이면 들일하는 마을 사람들의 휴식처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입니다. 집에 들어가 아무리 서늘한 에어컨을 켜거나 선풍기를 틀어놓고 있어도 이 숲보다 시원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숲속 기온이 늘 섭씨 15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운봉'이라는 한자어가 뜻하고 있는 것처럼 구름 위에 솟은 지리산 봉우리들을 배경으로 산자락에 들어선 산마을.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행정리는 그림 속 마을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지니고 있어 주변경관을 감상하며 더위를 쫓기에 제격인 곳입니다. 서어나무와 느티나무 100여 그루가 마치 울창한 푸른 세상을 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소재지 : 전북 남원시 운봉읍 행정리 





생명의숲은 사람과 숲이 건강하게 공존하는 숲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시민과 함께 숲을 가꾸고 보전하는 환경단체(NGO) 입니다. 다음세대를 위한 초록 땅, 지구를 물려주고자 합니다.


생명의숲은 자연과 하나되는 풍요로운 농산촌을 꿈꿉니다.

생명의숲은 시민과 함께 돌보고 가꾸는 도시숲, 도시공동체를 꿈꿉니다.

생명의숲은 생태적으로 건강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꿉니다.


문의 : 생명의숲 02-735-3232 | forestfl@chol.com | http://www.fore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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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킴벌리(대표이사 사장 최규복 / 崔圭復)는 1970년 3월 30일 유한양행과 킴벌리클라크의 합작회사로 설립되어 우리나라 최초로 생리대, 미용티슈, 위생기저귀 등 좋은 품질의 제품들을 대량 생산, 공급하고, 지속적 제품혁신을 통해 국민 생활위생문화 발전에 기여하며 사랑받아 왔습니다. 1984년부터 사회공헌활동으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을 통해 숲 환경 보호 및 미래세대 환경리더 양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으며, 우리강산푸르게푸르게 30년이 되는 2014년까지 5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어 나갈 계획입니다.

www.yuhan-kimber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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